한.미.중.러 ‘북핵 교감’

총론상 공감대, 각론상 이견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교착의 긴 터널을 지나온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이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요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회담재개 수순과 조건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온 5자가 연쇄 양자접촉을 거치며 느슨하나마 포괄적인 ‘컨센서스’를 형성해내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을 서둘러 재개하기 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여건조성을 꾀하자는 쪽으로 5자 정상간에 ‘공통의 이해’가 구축되고 있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12일 “거칠게 말하면 서울(남북대화)을 거쳐 워싱턴(북미대화)으로 가거나 베이징(6자회담)으로 가야 한다는데 일정한 교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G20을 계기로 드러난 중.러의 태도변화에서 분명히 읽히고 있다. 포스트 천안함 국면에서 회담 조기재개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중.러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사전정지’ 작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관측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평화안정에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은 중국이 천안함 사건 이후 일관되게 견지해온 화두이지만 현 국면에서는 우리측의 ‘선(先) 남북관계 개선-후(後) 6자회담 재개’ 기조에 일정한 동의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열린 한.러 정상회담은 “6자회담 재개의 여건 조성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공동합의를 끌어냈다. 외교소식통은 “러시아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회담재개의 여건을 조성하는게 시급하다는 인식을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특정하지 않았으나 “북한은 한국의 우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하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우회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상차원의 이 같은 공감대 확인은 천안함 이후 사실상 무너졌던 5자협의 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키며 6자회담 재개 논의에 흐름에 탄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총론상의 컨센서스에도 불구하고 각론상으로는 각국의 시각차가 여전히 온존하고 있는 점이다. 회담재개의 수순과 조건을 놓고 서로의 ‘방점’이 달라 이견조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우선 우리 정부는 ‘선 남북관계 개선-후 6자회담 재개’라는 대응기조를 설정하고 있으나 내용상으로는 훨씬 엄격해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에는 천안함 문제의 종결이, 6자회담 재개에는 북한의 비핵화 선행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어 일종의 ‘이중 빗장’을 걸어놓은 듯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이 천안함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관계 발전에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의 직접적 당사자로서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와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천안함 문제에 대한 북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6자회담 재개와 ‘분리’하고 있다는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이 준비가 됐다는 증거가 보인다면 다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천안함 문제에 대한 정리가 없더라도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인다면 6자회담의 재개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여건조성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으나 북한의 비핵화 선행조치에 대한 언급은 아예 하지 않고 있다. 분위기가 일정정도 조성되면 곧바로 ‘천안함 페이지’를 넘기고 6자회담 재개 수순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G20 이후 재가동될 5자 협의 프로세스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중심으로 6자회담 재개조건과 수순에 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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